클리셰
Cliché
Read in English클리셰는 너무 많이 쓰여서 신선함을 잃은 표현·장면·설정을 뜻하며, 장르 소설에서는 피할 대상이 아니라 알고 비틀어야 할 재료다.
다른 표기: 진부한 설정 · 뻔한 전개 · cliche · 상투적 · 클리셰 비틀기
뜻
클리셰는 너무 많이 반복되어 새로움을 잃은 것이다. 문장 수준("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"), 장면 수준(비 오는 날의 이별,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), 설정 수준(기억상실, 사실은 재벌 후계자)에 다 있다. 트로프가 장르의 약속된 재료(회귀, 계약 결혼)라면, 클리셰는 그 재료가 아무 변형 없이 반복된 상태다. 같은 회귀도 새로운 이유와 결과가 붙으면 트로프이고, 어디서 본 대로 다시 쓰면 클리셰다.
왜 중요한가
장르 독자는 클리셰를 알아본다. 그리고 알아보는 순간 몰입이 깨진다. "이 장면 저번 작품에서 봤는데"가 댓글에 올라오면 그 회차는 값을 못 한다. 그러나 클리셰를 무조건 피하려는 것도 함정이다. 클리셰는 통했기 때문에 반복된 것이고, 장르 독자는 그 만족을 기대하고 온다. 해법은 알고 비틀기다. 독자가 다음 줄을 예측하는 순간 예측을 반 발짝 벗어나는 것. 클리셰의 앞부분을 그대로 주고 결과를 바꾸거나, 클리셰를 인물이 자각하게 하거나, 클리셰의 이유를 새로 만들면 된다. AI 초고는 클리셰의 집합이므로, AI와 쓸 때는 퇴고의 절반이 클리셰 걷어내기다.
예시
클리셰: 여주가 넘어지자 남주가 받아 안았다.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.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.
비틀기: 여주가 넘어지자 남주가 받아 안았다. 여주는 즉시 몸을 뺐다. "구두 굽이 부러졌네요. 제 것 아니고 회사 비품이라 다행이에요." 남주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. 그녀가 몸을 뺀 속도가 마음에 걸렸다. 누군가에게 붙잡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의 속도였다.
앞부분(넘어짐, 받아 안음)은 클리셰 그대로다. 여주의 반응이 예측을 벗어나고, 그 반응이 새 정보(붙잡히는 것을 싫어함 → 과거의 떡밥)가 된다.
흔한 실수
- 클리셰를 모른다. 자기 장르의 클리셰 목록을 모르면 피할 수도 비틀 수도 없다. 같은 장르 인기작 열 편의 1화를 읽어라.
- 전부 피하려다 장르를 벗어난다. 로판에서 무도회를 없애면 로판 독자가 떠난다. 클리셰의 만족은 주고 형태만 바꿔라.
- 문장 클리셰를 방치한다. "말로 표현할 수 없는", "숨이 멎는 듯한"은 퇴고에서 기계적으로 지워라.